만성 골수성 백혈병 (CML)

만성 골수성 백혈병 (CML)


쉽게 말해서 이 병은 유전자의 변이로 인해서 골수에서 안좋은 피를 생산해내는 혈액암 즉, 백혈병이다.

정의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필라델피아 염색체(Philadelphia chromosome)를 지닌 조혈모 세포(stem cell; 골수 혈액 속에 존재하며 모든 혈액세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세포)의 클론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되면서 골수 내에 비정상적인 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하여 생기는 질환이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전체 성인 백혈병의 약 25%를 차지한다. 연간 약 100,000명 중 한두 명 정도에서 발생하며, 30∼50세 및 노년층에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성인형 백혈병이라고 한다. 그러나 모든 연령층에서 발병 가능하며 소아나 청소년에서도 발생한다.

원인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9번 염색체와 22번 염색체의 각각에서 일정 부분이 절단된 후 두 조각이 서로 위치를 바꾸어 이동하는 현상, 즉 전위(t(9;22)(q34;q11))에 의해서 생긴 필라델피아 염색체에 의해서 발병한다. 이 염색체 전위로 인해 9번 염색체의 ABL 유전자와 22번 염색체의 BCR 유전자의 융합이 일어나게 되고, BCR-ABL 융합 유전자로 인해 비정상적인 타이로신 카이네이즈(tyrosine kinase)의 활성을 가지는 BCR-ABL 융합 단백질을 생산하게 된다.

이 융합 유전자로 인해 발암 단백질인 P210이 합성되며, 이 단백질은 골수구 전구세포들의 사멸 프로그램(apoptosis; 아포토시스, 세포자멸사)을 억제하여 이들 세포의 비정상적인 증폭을 초래하게 된다. 이러한 만성 골수성 백혈병 발생의 분자생물학적 발병 기전은 잘 알려져 있지만, 질병의 진행과 급성 전환기(blast crisis)로의 세포 유전학적 변화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 급성 전환기에서 종종 관찰되는 또 다른 염색체 변이들을 볼 때, 필라델피아 염색체 전위로 인해 발생한 유전자의 불안정성이 이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증상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임상적으로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일부 환자들은 건강 검진을 통해서 우연히 진단되기도 하며, 피로감, 체중 감소 또는 비장 비대에 따른 소화 불량이나 왼쪽 윗부분의 복통 등의 비특이적인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방문했을 때 만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진단되기도 한다. 드물게는 심한 과립구 증가증이나 혈소판 증가증에 따라 2차적으로 혈관 폐색이 나타나 뇌졸증, 심근경색, 시력 감소, 및 폐색전증 등으로 발현되기도 한다.

병이 진행될수록 이에 따른 증상의 악화가 동반되는데, 원인 모를 불명열, 심한 체중감소, 골관절의 통증, 출혈, 감염 등의 증상 발생은 가속기(accelerated phase) 또는 급성기(blast phase)로 진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신체적 검진상으로는 비장비대(splenomegaly)가 가장 흔하게 관찰되며 약한 정도의 간비대(hepatomegaly)도 관찰될 수 있다. 치료에도 불구하고 비장비대의 호전이 없는 경우 질환이 계속 진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진단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말초 혈액을 채취하여 혈구의 수를 측정했을 때, 정상 수치인 1세제곱 밀리미터당 4000~9000 개인 백혈구 수가 이보다 현저히 증가해 있는 경우가 많으며, 때로는 10~20만 개로 늘어나 있는 경우도 있다. 혈소판 수는 정상적인 경우도 있지만 증가한 경우가 더 일반적이다. 여러 성숙 단계에 있는 미성숙 백혈구가 혈액 속에서 발견되는 것이 특징적이다. 확진에는 말초 혈액이나 골수에서 필라델피아 염색체 또는 BCR-ABL 유전자의 전사체(transcrips; DNA로부터 발현된 RNA)의 동정(감별)이 필요하다.

환자들의 약 5%에서는 필라델피아 염색체가 발견되지 않을 수 있는데, 이런 경우는 형광동소교잡법(fluoroscent in-situ hybridization(FISH)) 또는 역전사효소의 중합효소 연쇄반응(RT-PCR; reverse transcriptase polymerase chain reaction) 등을 통해 BCR-ABL 전사체를 찾아 진단을 내리게 된다. 드물게 만성 골수성 백혈병의 임상 양상을 지니면서 필라델피아 염색체나 BCR-ABL 재배열이 없는 환자들은 필라델피아 음성, BCR-ABL 음성 또는 비정형(atypical) 만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분류하며, 이들은 별개의 질환으로 여겨지고 있다.

검사

만성 골수성 백혈병의 진단을 위한 검사는 일반 혈액검사(CBC; complete blood count)가 일차적으로 시행된다. 일반 혈액검사에서 높은 백혈구 수치가 관찰되며 성숙 및 미성숙 과립구가 함께 증가되어 있다. 혈소판 수는 대개 증가되어 있으며 약한 정도의 정상 적혈구 빈혈(normocytic anemia)이 동반된다. 이와 같은 징후를 통해 만성 골수성 백혈병이 의심되면 골수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고, 대개는 골수검사를 통해 확진 가능하다. 골수검사는 도말 검사와 조직 검사를 모두 시행하여 진단하며, 결과가 나오기까지 2~3일 정도 걸린다.

그 외에 골수를 채취하여 세포 면역 검사, 염색체 검사 및 분자 유전 검사를 함께 시행하여 진단 및 분류에 활용한다. 세포 면역 검사는 백혈병 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항원의 특성을 분석하고 백혈병의 아형(subtype)을 분류하는 데 매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며, 환자의 치료 결과 등을 예측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염색체 검사는 염색체 9번과 22번의 전위(t(9;22))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시행한다.

분자 유전 검사는 BCR-ABL 염색체에 대한 중합효소연쇄반응을 시행하며 진단 및 치료 결과 예측에 도움을 준다. 조직적합 항원 검사(HLA typing)와 같은 세포 면역 검사는 향후 조혈모세포 이식에 대비하여 시행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만성골수성백혈병은 혈액검사, 골수검사, 세포유전학 검사 등을 종합하여 진단한다.

치료

만성 골수성 백혈병의 치료는 크게 항암 화학요법과 조혈모세포 이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만성 골수성 백혈병의 치료법을 결정하는 것은 최근 들어 매우 복잡해지고 있는데, 이는 최근에 개발된 항암제 글리벡(imatinib; 이마티닙)의 탁월한 임상 효과와 골수 이식에 있어 최적의 대상 질환이 만성 골수성 백혈병이기 때문에 환자의 생존율과 생존 기간을 최대한 늘리기 위한 최적의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데 있어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1) 항암화학 요법
과거에는 인터페론 알파(Interferon alpha)와 수산화요소(hydroxyurea), 저용량의 시타라빈(cytarabine)을 이용한 치료에 의해 과도하게 증가한 백혈구 수, 비장종대 등의 증상을 조절하였으며, 이로 인해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의 생존율이 향상될 수 있었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의 발병 기전에 대한 분자생물학적 이해가 발전함에 따라 표적 치료제에 대한 개념이 도입되었고, 1998년 최초의 표적 치료제인 글리벡이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에 도입되었다.

글리벡은 BCR-ABL 융합 단백질에 있는 아데노신 3인산 결합부위(ATP(adenosine triphosphate)-binding site)에 경쟁적으로 결합하여 단백질의 효소 활성을 저해하는 약제이다. 글리벡은 인터페론 알파와의 대규모 무작위 대조 시험(IRIS study) 결과를 바탕으로 만성 골수성 백혈병의 표준 치료로 자리잡게 되었다.

글리벡은 유도미사일처럼 암세포만을 골라서 파괴하기 때문에 기존의 항암제와 달리 정상세포를 거의 죽이지 않아 기존의 치료법보다 부작용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 글리벡의 용량은 만성기에 1일 400mg을 복용하며, 글리벡 사용으로 만성기, 가속기, 급성기 환자에서 모두 효과를 볼 수 있다. 글리벡은 완치의 수단은 아니지만 질환이 진행되는 경우에 만성기로 다시 전환시켜 이식을 시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일부 환자에서 BCR-ABL 유전자의 변이에 인해 글리벡에 내성이 생기게 되고 병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세포 유전학적 방법 또는 중합효소 연쇄반응(PCR)을 이용하여 글리벡 치료에 대한 반응을 평가하는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다사티닙(dasatinib)이나 닐로티닙(nilotinib)과 같은 2세대 타이로신 활성효소 억제제(tyrosine kinase inhibitor; 타이로신 카이네이즈 억제제)가 글리벡에 내성이 생기거나 글리벡에 견디지 못하는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에게서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따라서 글리벡에 불응성인 만성 골수성 백혈병의 만성기, 또는 글리벡 치료 중임에도 불구하고 가속기로 진행하는 환자에서 타이로신 카이네이즈 효소활성 억제제를 사용해 볼 수 있으며, 급성기의 경우에는 아직 다사티닙만이 추천되고 있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에서 활성효소 억제제(kinase inhibitor)의 선택은 질병의 경과, 치료제의 부작용 및 BCR-ABL 변이를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더욱 강력한 활성효소 억제제들이 개발되면서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에서 치료제 선택의 폭이 넓어졌으며, 앞으로도 더 많은 발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 조혈모세포 이식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은 만성 골수성 백혈병 완치의 유일한 방법이다. 미국 혈액 학회의 지침에 따르면 처음 진단된 만성기의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가 조직 적합반응 검사(HLA)에서 일치하는 공여자로부터 이식을 받았을 때, 환자의 50%가 이식 5년 후에도 재발의 증거 없이 생존하고 있으며, 이들을 추적 관찰하면 생존 기간이 약 10~15년에 이른다고 한다. 조혈모세포 이식 후의 생존율은 환자의 연령, 이식 당시의 질병 상태, 비근친 공여자로부터의 이식, 여성 공여자, 남성 이식 수혜자, 그리고 진단 시점부터 이식 시까지의 기간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골수 공여자가 있는 경우에는 만성기에 골수이식을 실시하는 것이 가속기나 급성기에 이식을 하는 경우보다 재발률 및 사망률이 낮다.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은 자가 골수에 숨어있는 백혈병 세포에 의한 재발이 일어날 수 있어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에 비해 치료 성적이 좋지 않다.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의 가장 큰 단점은 이식 자체에 의한 사망률 및 이환율이 10~70%에 달한다는 것이다. 무작위 시험을 통해 초기 치료로서 이식보다는 적절한 약물치료(대개는 인터페론 알파를 사용)를 시행한 경우가 생존율이 더 우수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약물치료에 있어서는 인터페론 알파를 이용한 경우보다 글리벡 치료의 생존율이 더욱 높기 때문에, 현재의 지침은 환자가 원하거나 경제적으로 글리벡 치료가 어려운 경우, 또는 질환이 중증이고 이식 위험도가 낮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글리벡 치료를 먼저 시행한 후 실패했을 때 2차 치료 방법으로 인터페론 알파를 사용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경과/합병증

환자의 병기는 크게 만성기(chronic phase), 가속기, 급성기로 구분하고 각 시기마다 환자의 치료 성적과 생존율은 다르다. 진단 시 환자의 90% 이상은 만성기 상태에 있으며 약 3~4년간 지속된다. 보통 만성기의 환자는 특별한 증상 없이 지내며, 치료에 의해 증상 및 징후, 혈액학적 소견 등이 조절될 수 있지만 만성기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는 없다. 혈액검사에서는 혈소판의 증가와 빈혈을 보이며, 골수검사에서도 백혈구 계열의 세포가 적혈구 계열보다 무려 50배나 증가된 양상을 보인다. 미성숙 아세포(blast)는 10% 이하를 보인다.

이후 만성기에서 급성기로 바로 급격히 전환될 수도 있지만 대체로 중간에 가속기를 거치게 된다. 가속기에는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혈액검사상 백혈구 수가 계속 증가하고 혈소판 감소를 보이며, 호염구가 증가하고 말초혈액에서 미성숙 아세포가 증가한다.

골수검사에서는 미성숙 아세포가 10% 이상, 호염구 또는 호산구가 10% 이하로 나타나며, 골수의 섬유화가 두드러지게 된다. 이 기간에는 비장이 커지면서 염색체의 추가적인 이상이 동반된다. 자연적인 경과로 골수의 30% 이상이 악성 골수 아세포와 전골수세포로 가득 차게 되며, 하나의 미성숙 아세포가 수백만 개의 쓸모 없는 백혈구를 생산하는 급성기, 즉 급성 백혈병기로 전환된다. 골수검사와 혈액검사에서 미성숙 아세포가 3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며, 미성숙 아세포들이 급속히 증가하여 비장에 침착하여 비장종대가 나타난다.

종종 이러한 미성숙 아세포들이 뼈나 림프절에서 암 덩어리를 형성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급성기는 급성 백혈병과 유사한 경과를 밟으며, 만성기에서 급성기로 이행되는 시기는 수년에서 10년 이상까지 개인차가 있지만, 75~80%에서 2.5~3년 후 급성기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방방법

아직까지 만성 골수성 백혈병을 예방하기 위한 뚜렷한 예방 수칙이나 권고되는 기준은 없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의 위험 요인으로 알려진 것을 일상생활에서 회피하는 것이 권장된다. 대부분 원인을 규명할 수 없지만 일부 고단위 방사선에 노출된 경우에 발병 빈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방사선에 많이 노출되는 직업에 종사하는 경우에는 보호 장비 착용이나 안전 수칙을 엄수하여 이러한 물질에 노출되는 것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현재 특별히 권장되는 조기 검진법은 없다.

생활 가이드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현재 완치 가능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질환이므로, 환자 자신과 가족, 의료진이 함께 항암 화학요법, 골수이식 등의 치료에 잘 적응하도록 노력하며 지속적인 추적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암환자라고 해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필요는 없다. 환자는 항암 화학요법에 대한 불안감이나 일상생활에 변화가 생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우울해지기도 한다.

또한 항암 화학요법을 시작하면 치료 스케줄에 따라 예전의 일과표를 변경하여야 하고, 치료에 따른 부작용으로 건강상태가 나빠져 일상생활이 힘들어질 수 있다. 치료를 받을 때 환자의 정서적인 안정이 신체의 건강 못지않게 중요하므로, 완치될 수 있다는 것을 믿고 가능한 한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면서 희망을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식이요법

암 자체뿐만 아니라 암을 치료하기 위한 방법들은 환자의 영양 상태에 영향을 미친다. 영양 상태는 질병의 이환율, 사망률, 치료 효과,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좋은 영양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암환자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암을 치료할 수 있는 특별한 식품이나 영양소는 없으며 균형 잡힌 식사로 좋은 영양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열량과 단백질, 비타민 및 무기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음식을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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